32기스트레스

작년 여름, 부모님의 권유로 메인센터에 약 일주인 간 머물며 명상을 처음 접했다. 몇 도우미님들의 처음 모습이 그랬다고 하셨 듯, 처음에는 내 감정이 거짓된 마음임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나에겐 귀했던 여름방학이라 짜증이 섞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대학생 캠프는 부모님의 권유로 하게 되었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은 내 기억과 감정에 대해 깨닫고, 이를 계기로 연장캠프까지 신청하게 됐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픈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짧다면 짧은 내 20살의 인생 중 많은 고생과 주변사람들과의 진지한 얘기 끝에 내가 정립한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나에게도 아픈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앞으로의 내 인생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았고, 건드리기조차 싫었으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궁금증을 가지는 것조차 증오스러운 그런 아픈 기억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버려야한다는 명상이 미웠다. 상처가 부어올라 안에 고름이 차고, 쓰라린 피부에 소독약을 부어야한다고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소독약을 부어야 하지만, 당장이 아프기 때문에 치료가 두려워 회피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 상처가 너무 부어오른 탓에, 눈 한 번 딱 감고 버려보자는 마음이 나를 이렇게 바꿔놓았다. 타인에 대한 입장이 보이고 쓰라린 기억들이 더는 아프지 않았으며, 어떤 것이든 큰마음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느껴졌다. 캠프 첫 날 밤, 조울증에 의한 수면불규칙 때문에 새벽 4시에서야 잠을 이뤘다. 둘째 날 밤, 거짓말처럼 몇 개월 간 겪어온 조울증이 사라져 원하던 때에 잠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 밤 나를 잠 못 들게 하던 감정의 조각과 사진들이 버려진 것이다. 이제 나는 오늘의 하루를 살아가고, 내일의 하루를 생각하며, 과거에 대한 미련도 버리게 되었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도움님들과 도우미님들, 같은 방 형 친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오늘 유독 비가 많이 내렸는데, 나의 씻겨나간 감정에 빗대어보니 정말 시원했다. 이번 겨울을 지나 올해의 봄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는데, 여러분들과 저 모두 봄은 꼭 맞아야 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