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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지 못했던 행복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학창시절 친구와 어울리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있을 때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엔 친구들과도 나름 친하고, 집도 크게 가난하지는 않아 여유도 있었다. 공부도 곧 잘하여 반에서 1등도 했었던 것 같다. 평탄한 삶이었지만, 사람들을 피하는 성격은 점점 커져 갔다. 초록색 점퍼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보도 블럭 옆 어두운 숲길로 등교를 하던 게 생각난다. 몇 해가 지나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때인 것 같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말을 걸어보려고 하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가 막아섰다. 겉으로는 친구들과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지만 학교를 마치고 잠에 들기 전까지 자살을 생각했다.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할 만큼 큰 우울함이 나를 지배했었던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공부라는 일상을 열심히 보내고 있었지만, 나와 가장 친한 친구들까지도 항상 경계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배신하고 또 다신 큰 우울 속에 빠뜨릴까 믿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율 방학 때 마음수련을 먼저하고 있던 아빠가 마음수련 청소년 캠프를 권했다. 그때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별의 별 인생을 살다 왔지만, 이곳은 변함없이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우울함을 주었던 사진들을 돌아보며 내가 왜 우울했는지도, 또 심지어는 그 마음을 버릴 수도 있었다. 그 동안 살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마음들과 화해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여기서 그 지긋지긋한 마음들과 이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마음이 없는 지금, 너무너무 자유롭다.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행복인 것 같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