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기걱정&잡생각

처음에 명상캠프에 오게 된 데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명상의 명자도 몰랐었지만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캠프신청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캠프 하루 전 까지도 기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이라 적응을 잘 못하거나 큰 고민거리 하나씩 있는 친구들이 모일 자리에 껴있을 내 고민은 그에 비해 너무 적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그리고 첫째 날 ‘빼기’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직접 하게 되었을 때도 설명해주신 것도 잘 이해되지 않았고 가만히 앉아 오랜 시간 명상을 하려니 너무 힘이 들고 지루했다. 둘째 날 아침에는 심지어 졸기까지 해서 평소에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고민이었던 나는 그 ‘많은 생각’ 때문에 배기를 하는 게 남들보다 더디고 더 힘이 들었다. 하지만 도움님들의 계속되는 세심한 상담과 설명 덕인지 저녁 명상 때부터 갑자기 명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수련 했던 나의 모습에 그날 참 많이 놀랐다. 물론 여전히 남들보다 더딘 속도였지만 확실히 생각이 비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명상을 하는 4박 5일 동안 신기하게도 잡생각이 들지 않았고, 꿈을 안 꾸는 날이 없을 정도로 매일 꿈을 꿨던 내가 캠프에 있는 동안은 꿈 한번 꾸지 않고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방 친구들도 한 명 한 명 다 너무 선하고 다 비슷비슷한 고민을 안고 왔기에 서로에게 더 의지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그 점이 너무 좋았고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캠프를 하는 동안 남들만큼 많은 단계를 넘지는 못했지만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생각덩어리를 떼어냈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얻은 것이 많고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한꺼번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서 이 기회를 잡은 내게 큰 칭찬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