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기인생의깨달음

“원하는 것을 생각하며 살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살게 됩니다.” 내가 캠프에 처음 왔을 때 OT에서 들은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딱 지금의 내 삶이 그랬기 때문이다. 깊은 생각을 하고 큰 꿈을 그리지 못하여 살게 된지 어언 몇 년째이던가, 아직 20대 초반자락에 걸려 있는 아이인데도 나는 그렇게 된지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적으로 지독하게 고통 받았던 고2생활과,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한 고3생활, 체력의 한계를 경함한 재수 생활을 전부 지나고 내 몸과 마음은 넝마조각마냥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방학 내내 침대에 누워 요양하다시피 보냈음에도 내 정신은 조금도 회복되지 못했다. 겉ㅌ으로만 멀쩡하게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는 몸도 내상을 입은 것 마냥 나약해져 있었다. 난 이미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들고 순진무구하게 꿈을 쫓기엔 너무 많이 실패했고 상처받은 사람이었고, 너무 많은 기력이 방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삶에는 오직 고통뿐이라고 믿기에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나는 내가 살아있는 것도 신기했었다. 그러한 기나긴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 나는 맑았던 정신과 총명한 머리, 빛나는 창의력과 집중력 등을 모두 잃어버렸었다. 대신 내가 얻은 것은 고통을 한차례 걸려서 받아들일 수 있게 세상을 생생하게 느끼는 현실감을 버린 안개 낀 듯한 머릿속, 다른 이가 주는 상처와 비난을 무심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둔감해진 감정, 고통스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1차원적인 생각만하는 , 상상력의 부재였다. 그 모든 게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반사작용이었음에도 그것이 수년간 지속되다보니 나 자신이 되어버렸다. 난 세상과 나를 유리시키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어떤 단순한 생각이나 결심만으로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난 내 모든 재능을 잃어버렸고 껍질을 쓴 것일 뿐인 사람이었다.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고통 때문에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에 분노할 기력과 감정조차 남지 않은 사람, 그게 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고 시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곳이 이곳이었다. 가슴 속에 수많은 감정은 분노가 터질 듯이 많이 쌓여 있었지만 그것을 이미 어찌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에 어딘가에서 너무나도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었다. 해결되어도 해결되지 않아도 그냥 좋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방법으로 명상할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상을 시작한 뒤 나는 명상 방법에 과학적인 의심과 논리적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내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끈기있게 명상에 임했다.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생각과 잡념들이 흘러나와 한바퀴 한바퀴 돌리기도 너무 힘이 들었다. 내 마음을 비우고 시었기에, 사라지게 하고 싶었기에 버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끝없이 빼기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50바퀴를 다 돌리고 든 생각은, 정말 버리면 행복해지겠다는 깨달음이었다. 너무 많은 감정과 증오가 수많은 기억에 묻어있어 스스로 집착하고 버릴 수 없었지만 1과정을 마치고서야 드디어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기억된 생각은 허상이라고, 그러니 버리는 것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그러니 울컥해지며 눈물이 나왔다. 정말 우주 마음을 갖고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늘 응어리진 듯 답답한 가슴도 가벼워지고, 안개 낀 듯 흐릿한 머릿속도 어느 정도 풀린 기분이었다. 결국 버리는 것이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 때문에 이제야 2과정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버리고 최종적으로 남아있는 것도 버려서 원래 나의 모습을 되찾고, 지금까지 살아온 가짜 삶을 버릴 수 있게 되고 싶다.